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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17년 11월 30일 경남신문 "사람속으로"

“세계인 눈길 사로잡는 한국형 테마파크 만들어야죠”

“어릴 적 취미가 평생을 바쳐야 할 운명적인 직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남다른 손재주로 모형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던 한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그것은 취미생활로 이어졌고, 기계공학과 졸업 후 20년 동안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지금의 대우조선해양)의 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마침내 지난 2000년 거제의 한 아파트 지하 작은 공간에서 영공방을 차렸다.
 거제 (주)영공방 박영종(62) 대표이사의 얘기다.
영공방은 거북선, 초가집 등 우리의 전통 모형 키트를 만드는 전문 모형 제작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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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영공방 박영종 대표.



“어른이 되어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취미생활로 모형 배, 모형 비행기 등을 계속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퇴사 당시 회사에서 몇 년간 매달려야 할 일을 맡게 될 것 같아 취미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지요.

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형 키트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의 행복이 사라지면 사는 의미도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조선소에서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외국의 범선 모형은 많이 만들었는데, 우리의 ‘전통배’ 모형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한국의 전통배 모형을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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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방 내에 진열된 전통배 모형들.



“대우조선해양의 전산개발, 설계, 기획 등 부서에서 근무하다 그만둘 때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가족은 물론 동료들도 많이 말렸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막연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뒤돌아보니 저의 꿈과 신념, 일하는 즐거움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오게 해준 버팀목인 것 같습니다.”

영공방 설립 이듬해에는 거제대학 창업보육센터로 옮겼고, 2002년에는 거북선 키트를 미국으로 첫 수출한 데 이어 ‘전통배 모형키트’로 경남도 우수문화관광상품전 대상, 전국기념품공모전 대통령상 수상 등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나 돈과는 거리가 멀어 작은 회사 운영마저 어려웠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모형 키트가 국내에 보급되지 않아 외국에서 모형키트를 직접 공수해 범선 등의 모형 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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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원주택 모형들.



박 대표는 지난 2003년 9월 거제시 둔덕면의 폐교된 학산분교를 임대해 지금까지 여기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모형이 작다고 제작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실물에 가깝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모양만 대충 본뜬다고 모형 키트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 구조까지 정교하게 만들 수 있어야 제품이 됩니다.” 그는 관련 자료와 책을 수없이 뒤졌고,주택 모형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배우기도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증자료를 찾고, 영공방 내 우리배연구소에서 전통 배 복원을 위해 밤을 꼬박 지샌 적인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고, 좌절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큰마음 먹고 시작한 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가 영공방 설립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배 모형 제작에 나선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삼아 모형 제작 홈페이지를 운영한 경험이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제가 만든 모형들이 홈페이지에 올라가면서 마니아와 함께 일반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싼 제작비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캐드(CAD)와 레이저 등 많은 설비를 들여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모형 제작의 유익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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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방 초가 모형.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그에게 작은 행운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다. 영공방 제품이 드라마 소품으로 납품됐고,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와 함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순신 붐’이 일어났고, 그가 개발한 판옥선과 거북선 모형이 팔리기 시작했다.

또 그해 통영수산과학관에 한선 등 20여 점을 납품했으며, 충남 아산시의 요청으로 2.5m 크기의 정교한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었으며, 2006년에는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유선(遊船)을 만들어 띄우기도 했다.

우리 것의 모형 키트를 만들면서 그가 쌓은 역사지식은 전문가 수준이 됐다. 예컨대 당시 한 방송매체에서 “경회루에 배를 띄운 것이 400년 만의 일이라고 하던데, 가장 마지막으로 배를 띄운 적은 언제냐?”고 물었을 때 그는 “조선왕조실록에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사신이 오면 경회루에서 연회를 베풀고 배를 띄워 즐겼다고 기록돼 있으며, 선조 28년(1595년 6월 15일)에 배를 띄운 것이 마지막 기록으로 약 410년 만”이라고 답변해주었다.

이어 “어떤 자료를 참고로 해서 배를 복원하게 됐는지?” 라는 질문에 그는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세심하게 그린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라는 화첩이 있는데, 크기는 가로 576㎝, 세로 273㎝이며, 16폭의 병풍입니다. 화첩 속 연못에 있는 배를 참고로 만들었습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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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영공방 마당에 있는 거북선 모형.



그가 늘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는 곳이 있다. 바로 영공방의 실내외에 꾸며진 ‘체험학습장’이다. 체험을 통해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곳이다. 거제뿐만 아니라 인근 창원, 부산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들락거릴 수 있는 크기의 모형 가옥과 거북선, 나무집 등이 있고, 실내에는 모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공간이 있다. 어린이와 가족나들이객들로부터 갈수록 인기를 끄는 등 이 지역의 명소이자 산교육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거제와 김포사옥에서 2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영공방에는 연구인력만 30%가량에 이른다. 영공방은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모형만 감상하는 제품보다 움직이는 제품을 만드는 데 힘쓰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회사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회사를 운영하기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제 꿈은 설립 때처럼 초심을 절대 잊지 않는 현재진행형입니다”라고 박 대표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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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종 영공방 대표가 거제 둔덕면 영공방에서 자신이 만든 전통배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전국에 세계 유명 건축물을 본떠 만든 테마파크는 많지만 우리의 것을 모티브로 한 ‘한국형 테마파크’는 없습니다. 앞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형 테마파크를 반드는 것이 꿈입니다. 반드시 나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영공방이 세계 속의 모형 제작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초심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살겠습니다.”
 

    관리자 DATE   2017-12-26 16:19:26